소설가 오정희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현대 한국 여성 소설의 대모이자 근간이라고 해도 되려나.
가정 주부를 겸하면서 많은 작품을 쓴 편은 아니지만 한 편 한 편을 아이 잉태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외울 정도로 꼼꼼하게 퇴고하고 숙고하고 써내려 가는 작가로 유명하다.
은희경 작가의 등단 작품 새의 선물도 오정희의 새를 오마주했다고 했던가 모티브로 했다고 했던가. 암튼 중견 여성 작가들 중에는 오정희의 영향을 안 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문체에 깊이들 빠져 지냈던 것같다.
나도 오래 전에 오정희의 새를 읽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녀는 뭐랄까 원조 페미니스트 작가이면서 바람직한 페미 작가라고 해야 하나. 요즘 악의와 적의가 가득한, 그리고 불평불만 속에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여성 작가들과 다르게 오정희 작가는 진정으로 여성을 대변하고, 여성의 힘듦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의지가 보인다고나 할까.
공지영 작가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며 여성의 부당함을 독립적 개체로 맞설 수 있게 활력이라도 불어 넣었는데, 요즘 작가는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지. 아무래도 애정 결핍을 호소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오정희 작가는 서라벌예대 문창과 2학년 재학중에 단편 '완구점의 여인'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오정희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스스로 답해가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큰 가방을 좋아해요. 어디서든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저도 그렇습니다만...)
작가라면 시대와 사회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그게 없으면 작가 의식이 없다고 봐야한다. 문학은 공중에 떠 있는 애드벌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일상 속에 싹터 오르고,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내가하는 문학이나 소설의 밑그림이다, 라고 하셨다.
오정희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창작의 공간은 다르다고 하였다. 일상은 일상대로 돌아가는데 일상에서 창작으로 오기에는 너무 힘들다. 두 공간이 부딪히는 곳이 내 문학의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이 잘 때 시간을 내서 썼다고 한다.
자신이 별난 존재라 생각한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인정받던 아이도 아니었다고.
오정희 작가는 선하고 성실한 주부이자 천상 여자로 보인다. 자신의 삶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열정을 글에 불사르면서 조심스럽고 완벽하게 세상에 내 놓는다. 많이 쓰면 쓸수록 평범해진다는 걸 안 것인지 과작으로 점을 찍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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