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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book/일상 생각과 그림

서툰 악마와 약자의 가면을 쓴 악마

by winter-art 2023. 3. 28.

하루종일 진 빠지게 일했다. Mary Hopkin의 Good Bye를 들으며 마감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 마감을 한다 해도 키가 맞지 않으면 맞을 때까지 퇴근할 수가 없다. 상습적으로 계산을 틀리는 직원이 있었다. 그래서 키가 안 맞는다 싶으면 먼저 그녀의 매출표부터 확인했다. 부매니저가 키가 딱 맞는다고 안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악역에 관한 생각

 

“정지수가 쉬는 날이어서 맞을 줄 알았어요.”

 

내일도 그녀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하지만 경험상 문제 있는 직원이 사라진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새로운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다.

 

 

세상일도 똑같다. 악역은 제거할수록 다른 악역이 나타난다. 오히려 익숙한 악역이 있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패턴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매장에서 악역은 정지수다. 물론 멋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악역 담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녀를 혼내고 괴롭히는 쪽은 나였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현상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런데도 세상은 이상하게 이런 악역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소위 왕따를 근절시키는 행위 말이다. 세상에 이유없는 왕따는 없다. 왕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그리고 세상이 모르는 점이 있는데 이 왕따들은 일부러 왕따를 자초하는 일이 더 많다는 거다. 약자를 괴롭히는 낙으로 사는 악마도 있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숙명인 사람도 있다. 남을 괴롭히는 악마가 살해를 한다면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는 자해를 한다. 이런 경우는 약자라고 할 수도 없다.

 

약한 악마들

 

그냥 약한 악마라고 해도 된다. 약한 악마들은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조직을 파괴하고 타인들에게 감정을 호소하면서 조직을 와해시키고 파괴하는 위력을 지닌다. 이들이 자해 혹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왕따는 충분히 강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이다. 조직을 방해하고 와해시키고 혼란에 빠뜨리고 호소하고 결실을 얻는다. 조직에 최종적으로 남아있거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똬리를 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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