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못지않게 제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입니다. 봄만 되면 나를 심쿵하게 만드는 제비꽃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영어로 바이올렛이라고 불리는 이 제비꽃의 유래와 다양한 이름들 그리고 꽃의 특성 등에 대해 알아보아요.
보라색 제비꽃의 추억
어릴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물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이성을 보고 첫사랑을 느낀다고들 하지만 나는 꽃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겁니다. 봄에 피는 꽃들이야 널리고 널려있었고 어린 내가 꽃 이름 따위에 크게 관심은 없었을 겁니다. 뭔가를 보고 예쁘다는 생각도 크게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고요. 조용하고 외로웠던 유년 시절이라 특별히 감흥을 받을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 내 걸음을 멈칫하게 만들었고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제비꽃이었습니다.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넘어갔고 이후로는 부쩍 눈에 자주 띄었습니다. 언제인가 그 꽃 이름이 제비꽃이라는 것을 알았고 바이올렛이라는 예쁜 영어 이름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한국식 이름 제비꽃은 좀 촌스럽고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별칭은 더 황당합니다. 별칭 사연도 좀 기구한 것 같고요.
벚꽃보다 제비꽃이 좋은 이유
봄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예쁜 꽃들이 피기 때문입니다. 매화가 피고 목련이 피고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필 무렵이 봄의 절정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꽃잎이 휘날리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기분에 빠집니다. 참고로 반일이니 불매운동 하시는 분들은 벚꽃놀이도 하지 마시길. 꽃은 꽃이다 만화는 만화다 이러면서 이것저것 다 거르고 정치적 선동에 놀아나서 어처구니없는 짓 하지 마시고요. 정치인들은 좌나 우나 다 쓰레기들이니까 국민들은 그저 국익에 도움 되는 것만 신경 쓰고 사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다 사고 보고 벌면서 살면 됩니다.
그건 그렇고 벚꽃은 마치 뭉쳐야 산다는 주의처럼 모여 있을수록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다 보니 뭉쳐있는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인가 사람 많은 곳에 단체로 구경하는 재미는 그닥입니다. 제비꽃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웁니다. 제비꽃은 일상의 발견 같은 기쁨을 선사합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가다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벚꽃보다 제비꽃이 더 좋습니다. 어릴 때는 이 연약한 제비꽃만 발견하면 꺾어서 가져왔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죠. 그리고 제비꽃은 꽃의 색깔이 여러 종류라고 하지만 나는 오로지 보라색 제비꽃만 사랑합니다.
제비꽃에 대한 정보
제비꽃은 4월에서 5월에 피는 꽃이라지만 요즘은 날씨가 이상해서인지 꽃들도 지역별 장소별로 개화 시기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비를 닮았다고 해서 제비꽃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어디를 닮았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핀다고 해서 붙였다고도 하는데 그냥 꽃이 물 찬 제비와 같이 예쁘다고 해서 제비꽃이라고 했다는 말이 더 유력하게 들립니다.
근대 시대 무렵에 국내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과거를 뒤적이면 붓꽃의 변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붓꽃과 꽤 비슷한 모양이기도 해서요. 붓꽃이 조금 늦게 피니까 아무래도 붓꽃의 변종이 웃자라듯 싹을 피우고 작게 피우다 종으로 번식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본 오랑캐가 쳐들어 올 때마다 피었다고 해서 오랑캐 꽃인지 일본인이 가지고 온 꽃이라 오랑캐 꽃인지 알 길은 없으나 벚꽃이나 제비꽃이나 일본과는 다소 밀접해 보이기도 합니다. 일본인 투구를 닮았다고 해서 투구꽃이라고 불린다고 하죠. 일본에서는 스미레라고 불린다고 하고요. 스미레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에서는 예쁜 여자 이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미야 이러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제비꽃을 사람 이름으로 스미레라고 많이 짓는다고 하는데 나도 제비꽃 이름이 제비가 아니라 바이올렛이나 차라리 보라꽃이었다면 이름을 보라로 개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비꽃은 넘나 촌스럽잖아요. 그 이쁜 꽃을 가지고 왜 오랑캐니 투구니 제비니 하는 이상한 이름을 지어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꽃은 아무 죄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제비꽃을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요.
바이올렛 부케 가능할까?
오래전에 케이트 모스인가 나오미 캠벨인가 할튼 슈퍼모델이 웨딩 패션쇼 무대 위에서 바이올렛 꽃을 부케 삼아 들고 등장한 모습이 있어서 황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비꽃이 부케로 가능한가 싶었는데 서양식 바이올렛은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요. 조화여도 손에 다발로 들린 모습은 그럴듯해 보입니다. 제비꽃 줄기가 조금 더 튼실하고 키가 조금 더 컸더라면 꽃집에서 많이 팔렸으려나요? 길에 흔하게 핀 꽃이지만 막상 상업화되어서 팔린다면 제비꽃에 대한 감흥이 덜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스 아테네의 국화 제비꽃
찾다가 놀라운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1986년 그리스 아테네의 국화로 제비꽃을 채택했습니다. 한국식 제비꽃을 서양에선 sweet violet이라고 불렸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는데 이 달콤한 바이올렛이 그리스 국화였다니 마치 내 조국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내가 이래서 가슴이 심쿵했었나?
아무튼 이 달콤한 제비꽃은 고대 그리스에서 다산과 사랑을 상징한 아프로디테 여신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바이올렛으로 음식도 만들고 각종 재료와 염료로 활용만땅을 하고 있는데 스위트 바이올렛보다는 조금 더 큰 품종을 가지고 그러는 거겠죠? 그러나 작다고 효능이 없을리 없겠죠. 달콤한 제비꽃은 두통, 불면증, 호흡기 질환 등 민간 요법 치료제로 오래전부터 활용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국내서도 탁월한 소염, 항생제 효능이 있어 사용해 왔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고요. 그리스에서 향수나 화장품 재료로도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보기에만 예쁜 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쓸모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꽃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어릴 때는 나만 알고 있는 들꽃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이 작은 꽃에도 향기가 있다니 스윗 바이올렛 퍼퓸은 어떤 향인지 함 찾아서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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